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렌탈산업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렌탈하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비디오, 도서, DVD, 자동차, 웨딩드레스 등에 한정됐지만 최근 들어 렌탈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인식되면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렌탈물품도 캠코더, 골프채, 장난감, 제기(祭器), 아기기저귀, 그림, 인테리어용품, 머리핀, 명품, 줄다리기 줄 등 다양화하는 추세다.
캠코너나 휴대폰 등이 렌탈로 인기를 끌고있다.
한 업체의 경우 '당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을 빌려드립니다'라는 슬로건까지 내걸었다. 렌탈업계에서는 '아내(남편) 빼고 뭐든지 빌려드립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렌탈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한국렌탈협회(추)가 주관하는 한국렌탈산업전이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개최돼 많은 방문객의 호응을 얻는 등 렌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대변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집, 자동차, 가전제품 등 '무조건 사고보자'식의 소유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강해 렌탈이용도는 아직 후진국 수준이다. 반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의 경우 렌탈산업은 매우 발달돼 있으며 심지어 소비시장의 10%를 렌탈로 해결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소비시장에서 렌탈이 차지하는 비중은 0.1%로 안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렌탈이 합리적인 소비로 인식되면서 구입을 통한 소유보다는 렌탈을 통한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중 렌탈을 경험한 사람은 10%미만이었던 데 반해 앞으로 렌탈을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80%이상으로 나타나 국내소비시장에서도 렌탈로 인한 잠재시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렌탈' 합리적 소비 모델로 정착 추세
렌탈은 구매비용과 관리비 부담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신제품을 써볼 수 있어 새로운 것에 대한 사용욕구가 큰 젊은 세대들에게는 다양한 소비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렌탈 개념을 도입, 렌탈마인드를 크게 확산시킨 주인공은 바로 정수기업체들. 국내 정수기 이용의 70%가 렌털방식일 정도로 '정수기=빌려 쓰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국내 대표적인 정수기업체인 웅진코웨이개발의 경우 이미 회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일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경기가 안좋아지자 자본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한 렌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복사기 등 정보기기 렌탈시장이 매년 100%이상씩 성장하는 추세다. 인터넷 렌탈사업을 하고 있는 이렌트 전성진 사장은 "렌탈업체간 경쟁을 통해 좋은 상품, 서비스로 렌탈산업 기반이 튼튼해지고 있다"면서 "기업체들의 정보사무기기 렌탈 비율도 현 10%선에서 몇 년내 20%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연구나 조사는 미진한 실정이다.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중장비, 렌트카, 비디오샵 등과 같은 전문렌탈영역이 독립적으로 구축된 영역을 제외하고 올해 1조원 규모는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렌탈산업이 불황일수록 강한 비즈니스라고 알려지면서 국내 렌탈업체들도 1만여 개 이상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황일수록 무조건 렌탈산업이 호황인 건 아니다. 즉 장난감, 캠코더 등 개인대상의 일상용품 렌탈과 사무기기, 정보기기 렌탈시장은 불경기일수록 수요가 많아 잘되지만 반대로 기업대상의 행사용품 렌탈사업은 경기가 좋지 않으면 행사취소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다.
◇ 감가상각과 물류가 가장 큰 걸림돌
렌탈업체들이 고민하는 렌탈산업의 문제점은 바로 물류와 감가상각. 쇼핑몰의 경우 판매 후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것으로 끝나지만 렌탈은 가져다주고 또 다시 회수까지 2번의 물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감가상각. 고객들이 '렌탈용품은 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마구 사용하다 보니 쉽게 망가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입 후 4년 정도 사용가능한 물품을 렌탈로 사용한다면 2년 정도면 거의 폐기처리 해야 한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렌탈산업이 정착된 미국과 같이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산업의 네트워크화가 시급하다고 업계에서는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불만시 고객에게 피해보상을 명확히 해주고, 렌탈물품 손상시 이용자가 배상하게 하는 기업보전 방식을 약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간 합종연횡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 렌탈산업 측면에서는 효율적"이라며 "정수기와 렌트카 업체처럼 다른 렌탈물품에도 전국네트워크를 구축해야 물류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렌탈에 대한 궁금증 몇 가지
첫째, 렌탈 비용은 어느 정도이고 어떻게 책정될까?
답은 렌탈 빈도수와 이용자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보통 제품가격의 10%가 렌탈가격의 평균이고, 장기렌탈일 경우 훨씬 더 저렴해진다. 또 수요가 빈번하지 않은 렌탈용품의 경우 좀 더 비싼 편. 렌탈상품 특성상 순환이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데 특이한 상품은 수요, 공급의 불균형으로 업체입장에서는 본전 뽑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비교적 높게 책정된다. 예를 들어 여름철에만 수요가 있는 텐트 같은 상품은 판매가의 30%정도가 렌탈 가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남감은 1만5000원(한달기준), 유아용품(침대, 보행기)은 2~3만원(한달기준), 캠코더는 3만원(1일 기준), 디지털카메라는 2~3만원(1일 기준)선이다. 가격범위가 넓은 컴퓨터는 소비자가격의 7%(1년 기준)정도가 렌탈가격이다.
둘째, 렌탈비용도 시기와 계절에 따라 달라질까?
정답은 렌탈시장도 계절과 경기를 탄다. 특히 계절에 따라 렌탈물품에 큰 차이가 난다. 봄가을에는 천막, 행사용 의자, 음향기기 등 행사용품이, 여름에는 텐트, 캠핑용품, 캠코더 등 휴가관련 용품이, 겨울에는 온풍기, 헬스장비 등 난방 및 실내용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 최근 한 렌탈업체가 검색인기상품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컴퓨터, 복사기, 렌트카, 디지털카메라, 캠코더가 상위에 랭크돼 있다.
셋째, 그렇다면 어떤 물품을 렌탈로 이용하는 게 합리적일까?
이렌트 전성진 사장은 "특정시기, 특정기간에만 사용하는 특히 고가의 물품을 렌탈로 이용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사용하는 횟수가 제한되어 있는 캠코더, 텐트 같은 상품이 대표적인 렌탈물품"이라고 조언한다. 자주 사용하지 않은 고가제품의 경우 렌탈로 이용하면 굳이 목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제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 유행에 민감하거나 업그레이드를 자주 해야 되는 상품의 경우도 렌탈이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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